참전수기

참전기 68년구정공세(하)

최원일 0 2,324

전편에서 다루었듯 월남전 사상 가장 치열했던 68년 구정공세는 우리들에게 많은 상처를 안겨주었다. 전투에 직접 나선 우리뿐아니라 그 가족들의 슬픔은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리요.

20대 초반 젊고 꽃다운 나이에 할 일을 많이 남겨놓고 그날 밤 머나먼 천국으로 떠나간 분들이 어찌 한 둘이리요.

부대는 구정공세를 치룬 다음날, 그러니까 설날아침 어제 밤 장렬하게 전사한 김 병장의 시신을 거두어 모셨다. 중대본부 옆 빈터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 모셔 전우들과 작별인사를 하도록 했다. 그래도 낮엔 전우들이 번갈아 찾아와 조문하느라 느끼지 못했다. 저녁이 되고 어둠이 짙어지니 우리와 생을 달리한 김 병장이 너무 외로울 것 같았다.

연락병인 나는 시신을 지키는 보초를 서며 그가 외롭지 않도록 맥주 한 깡을 가져왔다. 시신의 얼굴을 덮은 흰 가운을 벗기고 가지런히 모신 한 쪽 손에 맥주깡통을 쥐어주었다.

그런데 쥐어 주고 또 쥐어 줘도 잡지를 못하고 자꾸 흘려버린다.

성경시편 말씀에는 산자와 죽은 자 사이는 한걸음이라 표현한 부분이 있다. 그 순간 내 머리엔 산자와 죽은 자는 맥주깡통을 제 손으로 쥘 수 있느냐 쥘 수 없느냐는 차이밖에 없었던 것 같이 느꼈다.

어떤 것이 산자의 행동이고 어떤 것이 죽은 자의 행동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땐 모든 생각이 마비되고 살아서 시신을 지키고 있는 내 자신이 그저 부끄럽고 미안할 뿐이었다.

내 동료 김 병장은 20대 꽃다운 청춘을 던져 이역만리 우방국의 자유와 정의와 진리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생명을 아낌없이 바쳤는데 나는 살아 있다는 자체가......

나라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그 당시 우리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은 국가의 부름에 흔쾌히 응해 이렇게 이국땅에서 피 흘려 싸웠다. 그 때는 훗날 우리가 어떤 대접을 받을까 이런 것은 전혀 생각 할 수도 없었다.

 

이제 월남전 참전용사들도 많은 분들이 유명을 달리했다. 남은 분들도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고엽제 후유증과 전상으로 지금도 고통 받고 있다.

참전용사 가운데 일부는 상이군인 또는 고엽제후유증환자로 등록돼 국가로부터 얼마라도 보상받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가 말만 국가유공자지 실제론 월15만원(작년엔 12만원) 주는 참전수당을 받을 뿐이다. 이것마저 65세가 안된 분들은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형편이다. 국가의 출전명령에 순응해 젊은시절 전쟁터를 누빈 영웅들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는 건지 정말 납득이 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적절한 대책이 있기를 기대한다. 당사자들이 악쓰고 떠들고 시위를 벌여야만 대책이 나올 것인지......

지금부터 46년전 그날 밤 68년 구정공세를 겪었던 그 일이 너무나 생생하다. 바로 엊그제 일인 것 같은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러 다시 생생하게 떠오른다.

제대해서 다시 학교 다니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아이 키우고 결혼 시키고... 그러다보니 그 전우한테 몇 번 가지 못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 뿐 이다. 봄이 또 오고 지나가면 현충일이 다가온다. 올 현충일에는 꼭 찾아가서 만나봐야지, 전우야 잘 자거라.

1963년 비전투부대인 이동외과병원을 시발로 월남전에 참전한 대한민국은 그 후 1개 해병여단 (청룡부대) 2개 전투사단 (맹호·백마부대) 보급부대인 십자성, 건설지원단인 비둘기 부대등을 파병, 75430일 월남패망 때까지 그곳을 지켰다.

32만여 명이 참전했고 전쟁기간 중 전사자는 5천여 명으로 알고 있다. 전쟁을 잘 모르는 오늘의 젊은이들이여 당신들의 할아버지 세대는 조국의 산하와 가족,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이 땅에서 피 흘려 싸웠다. 아버지 세대는 이 나라의 번영과 발전을 위해 먼 이국땅 정글을 헤치며 피 흘렸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관심갖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회로 제 글을 마무리 합니다. 나중기회에 더 자세하게 다루고저 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되세요.^^..

Comments

카테고리
국가보훈처 국립묘지안장관리시스템 농협 대한민국 육군 나라사랑큰나무 대한민국국회 KB국민은행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대한민국 국방부
방문통계
  • 현재 접속자 14 명
  • 오늘 방문자 335 명
  • 어제 방문자 946 명
  • 최대 방문자 1,206 명
  • 전체 방문자 49,094 명
  • 전체 게시물 2,399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