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수기

참전기 아이스크림 실컷먹고 탈진

최원일 0 1,704

닌호아 백마사단 사령부 보충대에서 하루 밤을 지낸 후 나를 포함 3명이 부관참모부로 팔려갔다. 세 사람은 소속부대인 사단 본부중대 내무반으로 가 앞으로 묵을 자리를 배정받고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24인용 대형텐트 안에는 얼핏 보아 10여명이 사용하는 것 같았다

따블백을 풀고 대충 짐정리를 했다. 이때 선임병이 점심식사 하러 가자며 본부중대 식당으로 안내한다. 어제 맛본 보충대식당이나 비슷한 메뉴다.

우리가 식당에 들어갈 때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조금 지나니 단독군장을 한 군인들이 수십 명 몰려온다. 모두가 철모를 쓰고 소총을 휴대하고 있다.

밥 먹으로 식당에 오고 갈 때도 무거운 철모를 쓰고 총을 들고 다닌다니 피식 웃음이 난다.

이런 모습이 처음엔 의아하게 생각됐는데 점차 시간이 가면서 의문이 풀렸다.

갑자기 적의공습이 있다든지 비상이 걸리면 식사 중에도 자기 개인호로 뛰어야 하기 때문에 철모와 개인소총은 어디를 가건 휴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령부에 근무하는 병력들은 1140분쯤 오전 일과가 끝난다. 그러면 바로 식당으로가 점심을 해결한다. 그다음에 내무반으로 옮겨 오후2시까지 휴식을 취한다. 워낙 더운 곳이라 오수시간을 갖지 않으면 피곤하고 능률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주월 한국군 전장병들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평상시에는 이를 철저히 지킨다고 한다.

점심식사 후엔 대부분 가볍게 몸을 씻고 오수를 즐긴다. 일부는 자기 침상에 엎드려 편지를 쓰거나 빨래터에서 세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210분전에 내무반 당번이 깨운다. 아침 일찍 기상하는 것처럼 모두 일어나 다시 오후일과를 보러 사무실로 간다.

부관부로 배치된 우리 동료 세 사람을 맞은 첫날 분위기도 이와 같았다. 오후 2시가 되자 내무반에서 잠자던 병사들이 다 사무실로 되돌아 갔다. 그러자 내무반 당번이 우리더러 이 먼곳까지 오느라 고생했다며 식당에 가서 아이스크림 큰통 한 박스를 가져왔다.

요즘 사무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통을 거꾸로 들어 올려 찬물과 뜨거운 물을 받아먹는 그런 유리통만한 큰 박스였다. 안에 초코 아이스크림이 한통가득 들어 있다. 솔직히 말해 난 그때 처음으로 미제 아이스크림을 구경했다. 물론 먹는 것도 처음이었다.

군대서 쓰는 미제 야전스픈으로 하나 가득 퍼서 입에 넣었다. 달콤하고 향기롭고 살살 녹는 그 맛이란 정말 끝내주었다. 세상에 이렇게 황홀한 맛을 내며 입에 착 달라붙는 시원한 음식(?)이 있다니 내심 감탄하면서 한 숫갈 또 한 숫갈 마구 떠먹기 시작한 것이다.

앞뒤 생각 없이 10여 숫갈 연거푸 먹었다. 우리에게 이렇게 맛난 선물을 안겨준 선임병이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며 나중에 다시 들라고 주의를 준다. 그 말을 듣고 그만 먹어야 했는데 한번 맛본 그 달콤함을 어찌 끝낼 수 있으리요. 한 숫갈만 더 들고 그만두자 생각하면서도 손은 다시 또 뜨고 있다. 이게 큰 화근이 돼 엄청 고생을 하게 될 줄이야...

한 시간쯤 지나니 그 큰 통의 절반이상을 셋이서 먹어치웠다. 그렇게 많이 먹었는데도 다소 아쉬움이 남아 있던 중인데 뱃속이 좀 거북하다는 느낌이 든다. 좀 더 지나니 배 아랫부분이 살살 아파 오는 것 같다. 그러더니 꾸륵 꾸륵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생전 처음 먹어본 아이스크림-차디 찬 단백질덩어리가 온몸을 휘젓는 것 같다. 이때부터 이틀 동안 설사를 무려 20여 번 했다. 갓 시집 온 새 색씨가 배탈이 나 화장실만 찾는다고 생각해 보시라 시집어른들 뵙기 얼마나 무안 했을까? 우리 세 사람의 신병들이 바로 그런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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