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수기

참전기 머나먼 뱃길 9박10일

최원일 0 1,484
 
인천공항에서 베트남까지 가는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전 아직 비행기로 가보지않아
잘 모른다. 동남아 다른도시와 비교해 보면 4 ~ 5시간정도라 생각할 뿐이다.
이 정도의 여정이 60년대 파월당시 배로 4박5일, 좀 지체됐다 싶으면 하루쯤 더걸렸다.
5박6일이면 부산항을 떠나 나트랑에 도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우리가 탄 배는
재수없게 평소보다 배 정도 더 걸렸다. 무려 9박10일만에 베트남 땅을 밟았다.
그 때 상황을 회고하면 진저리가 쳐진다.
우리 일행  1,500여명이 탄 배는 그날 , 정확히 1967년 11월14일 아침
부산항 제3부두에서 환송식을 마치고 동지나 해로 접어들었다.
45년전 제가탄 배- 67년 파월 제17제대 병력은 베트남 전선을 향해 먼 바닷길을 출발한
것이다. 부산항을 떠나 몇시간 가니 꽁치같이 생긴 고기들이 공중으로 치솟으며 묘기
대행진을 벌여 우리들을 즐겁게 해줬다. 갑판에서 날치들의 뛰는 모습을 한참 보았더니
진력이나 선실로 돌아와 몸을 눕혔다.
어제 하루종일 기차를 탓고 오늘 또 출발하느라 긴장했던 탓인지 피곤이 몰려와 한숨
자고 났더니 좀 개운해졌다. 또 갑판에 나가 바다구경 하면서 하루를 보냈다.
처음 보는 드넓은 바다 , 물결이 어찌나 잔잔하고 평온하던지 바다란데는 진짜 어머니
품속보다도 더 아늑하고 따사로운 곳 같아 보였다.
몇시간을 먼데 보고 또 눈을 가까이 돌려 바로 앞을 보고 있으려니 단조롭고 지겹기도
해 다시 선실로 들어 왔다. 그러다가 옆 전우가 나가자면 또 나가고...
이러길 수도 없이 반복했다.
그러던 참에 누군가가 \"야 육지다\"라고 소리쳐 다시 갑판으로 뛰어 같더니 저 멀리
아스라하게 점같은 게 보인다. 몇시간을 쳐다보니 그 점이 약간 커졌다. 한참뒤엔 좀더
커 보이고... 아마 한10시간정도 보고 나니 이젠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게 대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다음날은 아무것도 보지못한 상황에서 오후를 맞았다. 출항한지 3일째를 잘 넘기나
보다 생각했는데 뭔가 조짐이 이상해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물살이 요동하는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결이 거세진다.
먼바다에서 산더미같은 물결 줄기가 밀어 닥치는데 색깔이 짙은 보라색이랄가 공포
분위기를 풍긴다. 한참 전에 본  후랑캔슈타인의 역습이란 영화에서 흡혈귀가 사람피를
빨아먹자 피해자의 손색깔이 확 달라지던데 바로 그런 색깔의 파도더미가 우릴 향해
쫓아오지 않는가.
겁이 와락 나서 재빨리 갑판을 벗어나 배안으로 들어와 버렸다. 1만5천톤이나 되는 그 큰
배가 한쪽으로 누웠다가 다시 일어서고 갑판은 깨끗이 치워졌다. 이러길 몇차례 하다보니
처음엔 약간 재미도 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겁이나기 시작한 것이다.
선실로 다시 들어가 자리에 누웠더니 쏘ㅑ오ㅑ, 쏘ㅑ오ㅑ 하는 큰 소음이 계속 우리가 탄
배를 둘러치자  누워있는 침실이 그네를 타는것 같이 좌로 우로 크게 요동치는게 아닌가.
4층으로 구성된 선실3층에 누운 난 옆 받침대를 꽉잡고 침대에서 밀려 떨어지지않을려고
발버둥을 쳤다. 대부분 전우들이 다 그랬다.
아마 하루저녁 내내 그렇게 시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가 배를 탄게 11월 중순이니 필리핀 남쪽에서발생한 태풍권에 휩싸여 그렇게 고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고생은 전주곡에 지나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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