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수기

참전기 부산항을 떠나다

최원일 0 1,428
 
대구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자정을 넘겼다. 청량리에서 4시간정도 온 셈이다.
차창밖엔  왼쪽어께에  적십자 완장을 찬 40 ~ 50대 아주머니들이 큰 주전자를 들고
부산하게 움직인다. 뭐 하시나 눈여겨 봤더니 우리들에게 뜨거운 차를 대접하기위해 대
기하고 계셨던 것이다. 
이국만리 머나먼 전선을 향해 떠나는 자식벌되는 우리들에게 어머니들이 밤잠을 설
치며 기다리고 있다가 뜨거운 차한잔이라도 먹일려고 부산하게 움직이신다.
그 모습을 보니 불과 몇시간전에 청량리역에서 만나 뵌 내 어머니 모습이 다시 삼삼하게
떠오른다.
인제 언제 볼수 있으려나. 1년 기약하고 가니 내년 이맘때 쯤? 
아니면 동작동에서...
아니 왜 이런 방정맞은 생각을 하지, 스스로 마음을 추스리며 고개를 쳐들고 저편에
서계신 아주머니를 불러 뜨거운 차 한잔 달라고 청했다.
내 어머니께서 따라 주신다 생각하며  차를 받았다.
찬 내장에 뜨거운 차가  들어가니 어느새 마음도 따사로와 지는 것 같다.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아주머니 고맙습니다고 큰소리를 내며 잔을 돌려드렸다.
문득 중3 수학여행길 마산시내 큰길에서 차창밖으로 우리 전라도 중학생들이  탄
수학여행단 뻐스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던 얘기엄마 모습이 떠오른다.
오른손을 흔들던 그분 왼손은 서너살 된 딸아이를 붙잡고 있었다는 기억이 되살아난다.
전라도에서 태어나 그곳서 자란 나는 그 이후  이 두 아주머니 -한분은 마산, 또 한분은
대구-의 따뜻함이 계속머리에 남아 있다.  
성인이 된 뒤에도  정치판에서 영-호남이 어떻고 운운하며 패거리 판가름이 나곤해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 할 때도 전라도 친구보다 어떤면에선 경상도 친구가 많았
다고 할수도 있다.
얘기가 잠시 딴길로 빠졌지만 대구역에서 30분쯤 머물다 기차는 또 달린다. 이제 마지막
목표인 부산을 향해 칙칙폭폭 힘차게 고동을 울리며 떠나간다.
열차안 동료들은 피곤한지 대부분 눈을 감고 조용하게 앉아있다. 간혹 적은목소리로
소근대는 팀이 있거나 아니면 고개를 한쪽으로 돌려 깜깜한 바깥을 내다보고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않지만 그래도 뭔가 찾을려는 듯...
드디어 열차가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역이 아니라 부산항 제3부두라 기억된다. 이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 부두에 직접 열차가 닿았고 우린 따불백을 매고 줄지어 밖으
로 나왔다가 육지에 닿게 정박한 대형 수송선을  탓던것 같다.
새벽 3시무렵. 열차에서 배로 옮겨타 미리 배정된 선실을 찾아 짐 정리를 했다. 새벽 4시
쯤되니 식사시간이라며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가 먼저 승선한 해병대 전우들의 배식으로
아침을 때웠다.
여기서 부터는 완전 파병 군인이다. 배에 탄 순간부터 우리들이 쓰는 물품이나 식량등 모
든것이 미국정부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배에올라 식사를 한후 배안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날이 샐때까지 정박해 있다가 환송식을 한후 출발한다는 것이다.
배안이 어찌 큰지 깜짝 깜짝 놀라곤 했다. 1만5천톤급이고 6.25때 미군을 싣고 한국에 왔
다갔다 했으며 그뒤론 상선으로 물품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놀랠만큼 큰
배는 아니지만 그 당시는 엄청 큰 배였던것은 사실이다.
배 구경과정에서 웃기는 사건이 있었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다보니 방향을 잃어 버렸다.
선실이 하도 많아 내 선실을 찾지못하고 하필이면 해병대 방으로 들어가고 만것이다.
쫄병한명이 시비를 붙이며 엉기려든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엉거주춤 상태인데
마침 하사분이 조용히 하라며 나더러 나가도록 권해 위기를 넘겼던 것이다.  
한배 타고 전선에 가는데 육군이면 어떻고  해병대면 어떤가 한순간이었지만 마음이 개운치
못했다. 내 선실로 들어와 자리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날새기를 기다리다 꺼벅
잠이 들었나 보다. 뭔가 움직이는 것 같아 눈을 퍼뜩 떠 보니 아뿔사! 배가 출발한겻 아닌가.
부산항 3부두에서 마지막 환송식 , 부두에서 벌어지는 환송식을 커다란 배위에 내려다 보며
대한민국에서 나고 22년간 자라 온 내 인생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보려던 것이 물거품이 돼
버린 것이다.
  
   * 여기까지가 제가 계획했던 1부입니다.  배안 생활과 베트남에 도착해서 귀국할 때 까지는
2부로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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