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낚시가 뭔지! (1편)

정동만 0 232 08.19 13:14

쓰잘데기 없이 나이만 먹다 보니 아침잠도 없어지나 보다.

으레 새벽 5시만 되면 자동으로 눈이 떠지니 말이다. 한참을 뒤척이다 자리에서 일어나

전기밥솥을 꽂아 놓고 맨손체조를 하며 이렇게 또 하루를 열었다.

오늘은 하루해를 또 어떻게 보낸다?

점심때 노인복지관에나 가서 점심 먹고 늙은이들 모여 앉아 이바구하는 소리나 들으러 갈까?

이렇쿵 저렇쿵 노인네들 세상 사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한나절이 훌쩍 지나가 버리지.

아니면 삼천동 2,000원짜리 짜장면을 사먹으러 갈까?

나이가 들수록 왜 이리 이 생각 저 생각 생각도 많아지는지...

가끔씩 지난 세월들이 활동사진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면 나도 모르게 쓴 웃음이 피식 나오곤 한다.

어떤 사람은 주색잡기 중 낚시가 가장 큰 외도라고도 말한다.

애첩하고 놀래? 낚시할래? 하면 “낚시할래!”라고 말할 정도로

낚시에 한 번 빠지면 어지간해서는 빠져나오기 힘들다고들 한다.

나 또한 국민학교 3학년 때 바느질실로 낚시바늘 매어 달고, 냇가 포플러나무 가지 꺾어

낚시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 방죽 저 저수지로 싸돌아 다녔으니 정말 그런가 보다.

1980년대 초 그 어느 핸가 경남 진양호 여름 밤낚시에서

파란 케미라이트 찌가 스물스물 올라와 넘어질 찰라, 숨이 멎을 듯한 순간!

낚싯대를 채면 어김없이 올라오던 뼘치 붕어들.

그렇게 밤이 새도록 넣으면 나오고 넣으면 나오고... 아~ 옛날이여!

그런 맛을 한 번 보고 나면 붕어낚시에서 영영 못 헤어 나오나 보다.

그 보다 훨씬 앞서 1966년 8월 30일 부산항 제3부두에서 청룡부대 3차 8진으로

월남 추라이 지역에 파병되어 전투할 때도, 물만 보이면 그 놈의 낚시 생각에 눈이 반짝거렸으니

지독한 낚시 중독증에 걸렸었던 것 같다. 작전이 없을 때는 본대에 들어와

초소에서 전방 밀림을 감시하곤 했는데, 초소 바로 앞 철조망 너머에 작은 개울이 하나 있었지.

어느 달 밝은 밤 교교한 달빛이 개울을 비추고 물안개가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수면을 보니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은 게 수면을 가르며 유유히 헤엄치는 게 보이지 않는가!

그 순간 베트콩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고 "아! 붕어다" 눈이 반짝거렸지.

다음 날 옷핀을 구부려 낚시바늘과 봉돌을 만들고

스티로폼 조각을 찌로, 배낭 멜빵 재봉실밥을 한 땀 한 땀 풀어 낚시채비를 만들어

아무도 모르게 야전침대 밑에 짱박아 놓고, "어서 밤이 되어라!" 기다렸지.

드디어 때가 왔다. 초소 보초 교대하고 LMG기관총, 클레이모어 지뢰, 수류탄 박스 등등 점검을 끝내 놓고,

막사 지을 때 쓰고 남은 4 X 4 나무를 서너 개 가져다 철조망을 살짝 눌러놓은 다음,

준비한 낚시채비를 대나무 끝에 묶어 "낚시준비 끝! 짜잔~"

이제는 미끼. C 레이션에서 나온 식빵을 물 묻혀 손으로 주물럭거리면 "떡밥 완성 끝!"

서둘러 바늘에 식빵떡밥을 달아 살짝 철조망 너머로 투척. 넣자마자 스티로폼 찌가 쑤~욱 빨려 내려가네.

"왔다 왔어 붕순이가 왔어!"

"어디 갔다 이제 왔니 붕순아~"^-^

무 뽑듯 대나무 대를 어깨 너머로 사정없이 넘기자 땅바닥에 떨어지며 철푸덕 거린다.

벌떡벌떡 뛰는 녀석을 잡아 달빛에 비춰 보니, 붕어는 붕언디 깨알 같은 검은 점들이 몸뚱이에 많이도 박혀 있고

등지느러미 가시가 감생이처럼 나와 있네 그려.

"에그~ 붕어는 역시 한국 토종붕어가 제일이랑께!"

그래도 얼마 만에 보는 손맛인가!

한참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붕어타작을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인기척이 나 뒤돌아다보니

다음 보초가 교대하러 나온다. 오늘밤 일은 비밀로 해 달라고 신신당부해 놓고

철조망 눌러놓은 나무들을 치우고 원상 복구시킨 뒤,

막사로 돌아와 잠을 청했지만 간만에 본 손맛 때문인지 쉽게 잠이 오질 않았다.

그놈의 낚시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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